- 최초 작성일: 2002-02-20
- 최종 수정일: 2026-09-29
- 조회수: 25 회
- 작성자: 권현욱 (엑셀러)
- 강의 제목: 키보드와 전화기
들어가기 전에
오래 전 엑셀 파일로 진행하던 강의를 웹 글로 복원한 것이라, "버튼을 눌러보세요"처럼 엑셀에서 직접 조작하라는 표현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결과는 본문의 그림이나 표로 확인하실 수 있으며, 현재와 맞지 않는 내용은 보완하되 전반적인 스타일은 당시의 갬성(?)을 유지했습니다.
강좌 제목이 또 예사롭지 않군요. 무슨 유행가 제목 같기도 하고… ^^ 엑셀 냄새(?)가 별로 나질 않지요? 그렇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엑셀과 직접 연관은 적지만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를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키보드와 전화기
핵심 요약
- 전화기와 컴퓨터 키보드의 숫자 배열이 서로 반대인 이유를 역사적 배경과 사용 환경의 차이에서 살펴봅니다.
- 전화기 숫자판과 키보드 배열은 각각의 기술·사용 방식에 맞춰 서로 다른 형태로 정착했습니다.
- QWERTY와 DVORAK 사례처럼 한 번 널리 보급된 표준은 더 나은 대안이 있어도 쉽게 바뀌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전화기 숫자판과 컴퓨터 키보드를 자세히 들여다 보신 적이 있습니까? 없으시다구요? 그렇다면 시선을 약간 돌려 지금 살펴보도록 하세요. 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전화기 숫자판은 작고 컴퓨터 키보드는 크다? 전화기 숫자판은 버튼이 몇 개 안되는데 컴퓨터 키보드는 버튼이 엄청 많다? 전화기 숫자판은 전화기에 연결되어 있는데 컴퓨터 키보드는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다? 그런 당연한 것 말고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 보시면… 그렇습니다! 숫자의 배열이 정반대이지요!
전화기 숫자판은 맨 윗줄부터 1, 2, 3,… 의 순서로 버튼이 배치되어 있는 반면, 컴퓨터 키보드는 맨 아랫쪽부터 1, 2, 3,… 의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둘 다 똑같이 숫자를 입력하는 도구인데 왜 정반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Exceller는 참 별 것이 다 궁금하지요? 숨 쉬는데 지장없으면 그냥 넘어가면 좋으련만… 이처럼 서로 다른 배열을 가지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우선, 전화기의 숫자판 배열이 오늘날과 같이 된 데에는 1960년대에 벨 전화회사가 행한 실험의 결과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어떻게 숫자판을 만들면 사람들이 사용하기 가장 편리한가에 대해 벨 전화회사에서 다년간 연구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 결과, 숫자판을 3행 3열로 배치를 하되 맨 위에서부터 아래쪽 방향으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는군요. 해서 숫자판 모양이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설도 있습니다. 우리가 글씨를 쓰거나 읽을 때, 대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진행을 하기 때문에 이 순서대로 숫자를 배열하면 지금처럼 1, 2, 3,… 이 맨 위에 놓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설득력이 좀 떨어져 보이는군요.
또 한 가지는 "전화번호 입력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일부러 입력이 불편하도록 만들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1950년대에는 이미 전자 계산기가 어느 정도 사용되고 계산기 자판을 아주 빠른 속도로 입력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계산기와 전화기의 숫자판 구조가 똑같을 경우 사람들이 계산기 버튼을 두드리듯 전화기 버튼을 눌러 댈 것이 뻔합니다. 그렇게 되면 당시 전화 교환기나 전화기 성능상 빨리 입력되는 속도를 감당해 낼 수 없었던 것이지요. 해서 일부러 전화기 숫자판 배열을 입력이 불편하게 만들어 둠으로써 입력 속도를 늦추려고 했다는 것입니다(Exceller는 개인적으로 이 이론에 동감을 합니다).
기왕 얘기를 시작한 김에 키보드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지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키보드는 QWERTY 표준 키보드라고 부릅니다. QWERTY(퀘얼타이 또는 쿼티라고 읽더군요)라는 것은 키보드 중에서 글자를 입력할 때 사용하는 맨 윗열의 버튼 배열 순서에 의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QWERTY 키보드의 키 배열은 어떻게 하여 오늘날과 같이 표준으로 정해진 것일까요? 입력이 편리해서? 가장 인체공학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배열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지가 않습니다!
QWERTY 키보드의 역사는 뜻밖에도 1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73년에 Christopher Scholes라는 과학자가 타이피스트들의 타이핑 속도를 늦추기 위해("빠르게 하기 위해"가 아닙니다!) QWERTY 배열을 고안했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타자기들은 타이핑 속도가 너무 빠르면 뒤엉켜 자주 고장이 나곤 했답니다. 그래서 레밍턴이라는 재봉틀 만드는 회사에서 QWERTY 배열을 이용한 타자기를 대량 생산을 하였고, 이로 인해 많은 타이피스트들이 QWERTY 자판의 배열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QWERTY 자판이 세상에 나온 이래 이보다 입력이 더 편리한 DVORAK 자판이 나왔으나 이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DVORAK 자판이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QWERTY 자판에 익숙한 타이피스트들은 DVORAK 자판의 배열을 다시 배우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계속해서 QWERTY 자판을 사용하였고 취직을 하려는 많은 사람들은 다른 대안이 없이 QWERTY 자판 배열을 익힐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정리 — 두 이론의 핵심 비교
| 구분 | 핵심 내용 |
|---|---|
| 전화기 숫자판 (벨 실험설) | 1960년대 벨 전화회사가 사용성을 연구해 위에서 아래로 1,2,3 순서를 채택 |
| 전화기 숫자판 (속도 지연설) | 계산기처럼 빠르게 누르지 못하도록 일부러 배열을 다르게 했다는 견해 |
| QWERTY 키보드 | 1873년 타자기 고장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입력을 늦추도록 고안, 이후 표준으로 고착 |
| DVORAK 키보드 | 더 편리했지만 QWERTY에 익숙한 사용자층 때문에 표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함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전화기 숫자판과 컴퓨터 키보드의 숫자 배열은 왜 정반대인가요?
전화기 숫자판은 1960년대 벨 전화회사가 사용자 편의성을 연구한 결과 위에서 아래로 1,2,3 순서를 배치했고, 컴퓨터 키보드는 계산기·타자기 자판의 관행을 이어받아 아래에서 위로 배열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기기의 역사적 배경이 겹쳐 오늘날 정반대의 배열로 남게 되었습니다.
Q2. 전화기 숫자판을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설은 무엇인가요?
1950년대에 이미 계산기를 빠르게 입력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전화기와 계산기의 숫자판 구조가 같으면 사람들이 계산기 속도로 전화 번호를 입력해 당시 교환기가 이를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입력이 느려지도록 배열을 다르게 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Q3. QWERTY 자판은 왜 더 편리한 DVORAK 자판을 밀어내고 표준이 되었나요?
QWERTY는 1873년 타자기의 오타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입력 속도를 늦추도록 고안된 배열이었지만, 레밍턴사의 대량 생산과 타이피스트들의 숙련으로 먼저 표준이 되었습니다. 이후 더 편리한 DVORAK이 등장했지만, 이미 QWERTY에 익숙해진 사람과 기업들이 배열을 바꾸려 하지 않아 표준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마치며
편리함보다 먼저 자리를 잡은 표준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다시 엑셀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