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2024-03-01
  • 최종 수정일: 2023-03-01
  • 조회수: 831 회
  • 작성자: 권현욱 (엑셀러)
  • 강의 제목: Microsoft Excel의 아버지, 찰스 시모니 이야기

엑셀러 권현욱

들어가기 전에 ㅡ 태극기를 '게양'하다?

올해 삼일절은 기미년 그 해로부터 105주년 되는 해이다.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며 멍 때리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문득 이런 말이 들린다.

"태극기를 "게양"하다 라고 하는데 "게양"은 일본식 표현이므로 "달다"나 "올리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한참 전에 '게양하다'가 일본식 표현인지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던 기억이 설핏 떠올랐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두 파로 나뉘어 있었다.

일제 잔재 청산파: "국립국어원 트윗 중에 '게양'이 일본의 잔재이므로 순화를 권고한다는 내용을 봤다. 수정해야 한다."

공부 좀 더해라파: "무슨 소리냐? 게양은 높이들 게(揭), 들날릴 양(揚)을 사용한 한자어이다. 조선왕조실록과 순종실록에도 나온다. 예전부터 쓰인 말이므로 수정할 필요 없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을 직접 찾아봤다(인터넷에는 정말이지 없는 게 없다). 실록에는 '게양'이라는 단어가 모두 16번 나온다. 멀리는 성종(1), 선조(1), 인조(2), 숙종(4)부터 가깝게는 정조(2), 순조(1), 순종부록(1) 등 여덟 왕의 실록에 등장한다.

한자나 문맥을 살펴보니 대부분 무언가를 내걸다는 뜻의 게양은 아닌 듯 하다. 딱 한 군데, 순종실록부록 3권에 등장하는 '게양'만이 '국기를 게양'하는 것과 관련 있다. 하지만 순종은 일제강점기 때 기록된 것이므로 일본어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

어찌 되었건, 대한독립 만세를 목청껏 외쳐 본다(물론 속으로).



Microsoft Excel 그리고 Word의 아버지

엑셀은 쓰면 쓸수록 잘 만든 프로그램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훌륭한 프로그램은 과연 누가 개발했을까?' 한번쯤 궁금했던 적 없었나요? 놀랍게도, Microsoft Excel과 Word는 한 사람의 머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엑셀과 워드의 아버지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 그의 신변에 무슨 변고가 있어서는 아니고, 단순히 지적 호기심에서 쓰는 것이니 안심하세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Microsoft Office) 프로그램이 없는 Microsoft는 생각할 수 없고, Excel이나 Word가 빠진 Microsoft Office 또한 떠올릴 수 없습니다. 그만큼 Microsoft의 성장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1981년 당시 신생기업이던 Microsoft에 40번째로 입사한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찰스 시모니(Charles Simonyi). 바로 '엑셀의 아버지'로 불리며, Microsoft Excel과 Word를 비롯하여 Microsoft의 성공적인 소프트웨어를 다수 개발한 사람입니다. 시모니는 1981년부터 2002년까지 근무하면서 애플리케이션 개발 이사, 수석 설계자 및 특별 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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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wikipedia)

그는 빌 게이츠에게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처음으로 소개했으며, 나중에 빌 게이츠는 이를 자신의 인생에서 느낀 두 가지 혁명 중 첫 번째 혁명이라고 묘사했습니다. 그는 의도적 프로그래밍(intentional programming)이라는 개념을 개발하고 마케팅하기 위해 Intentional Software를 공동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는 2017년 Microsoft에 인수되어 Microsoft와의 인연을 이어가게 됩니다.

2007년 4월 소유즈 TMA-10에 탑승하여 다섯 번째 우주 관광객이자 두 번째 헝가리 우주인이 되었습니다. 2009년 3월에는 소유즈 TMA-14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두 번째로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시모니는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포브스(Forbes) 최근 자료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73억 달러로, 이것은 전세계 357위에 해당합니다(2024년 2월 25일 현재).

될성부른 나무

찰스 시모니는 1948년 9월 1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Károly Simonyi)는 부다페스트 공과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전기 엔지니어였으며, 헝가리 최초로 핵입자가속기를 만들었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파트타임으로 컴퓨터실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했습니다. 그 덕분에 모든 사람이 떠난 후에도 기계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컴퓨팅에 관심이 있었고 실험실 엔지니어 중 한 명으로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웠습니다. 학교를 떠날 때쯤 그는 컴파일러 개발 방법을 배웠고, 그 중 하나를 정부 부서에 판매하기까지 했습니다.

2006년에 과거를 회고하면서 그는 어렸을 때 자신의 끔이 "헝가리를 떠나 서부로 가서 자유로워지는 것"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어릴 때부터 그의 꿈은 먼 곳을 향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꿈에 그리던 서부로

찰스 시모니는 17세에 헝가리를 떠나 덴마크로 가서 일했고, 1968년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에서 공학 수학 학사 학위를,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박사 과정 중에 그는 프로그래머 간의 공식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확장했는데, 이를 메타 프로그래밍이라고 불렀습니다.

2002년 그는 Microsoft를 떠나 인텐셔널 소프트웨어(Intentional Software)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했습니다. 15년 후, Microsoft는 공개되지 않은 금액으로 Intentional Software를 인수했고, 찰스 시모니는 다시 Microsoft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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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studentwork)

자선가 찰스 시모니

시모니는 활발한 자선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과학 대중 이해 교수직과 같은 많은 단체에 기부금을 기부했습니다.

찰스와 그의 아내 리사 시모니는 예술과 과학을 위한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예술, 과학, 교육 분야의 커뮤니티를 돕고 있습니다. 2017년 2월, 시모니와 리사는 워싱턴 대학교 컴퓨터 과학 및 공학부에 새 건물 건립을 위해 5백만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이 가족은 또한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그의 대선 캠페인에 52,700달러를 기부했고, 2020년에는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에 더 많은 돈을 기부했습니다(하필이면 왜...).

영원한 현역

찰스 시모니는 우주에 두 번이나 다녀온 74세의 노인이지만 여전히 매일 출근합니다. 열정적으로 일하고 활동적으로 지내는 삶이 그의 행복 원천인 듯 합니다. 그는 일이 자신에게 의미를 주기 때문에 여전히 일터로 출근합니다. 다음은 그가 2020년에 친구들에게 한 말입니다.

"저는 여기서 일하고 왔고 내일 다시 일하러 갈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일하고 있습니다. 그게 제게 의미를 부여합니다. 제 존재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고,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입니다."

돈과 무관하게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삶의 자세에서 많은 걸 느끼게 됩니다. 또한 '엑셀을 만든 사람도 있는데, 사용을 제대로 못한대서야...'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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